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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하드웨어 - 1. 개요

들어가며

이번 시리즈에서는 컴퓨터를 이루는 하드웨어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주 대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데스크탑이라고 인식하는 개인용 PC의 하드웨어입니다.

이 글들은 제가 석사 시절에 랩에서 GPU 서버들을 혼자 관리할 때 서버들을 직접 조립하며(…) 배운 내용들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인데요, 원래는 졸업하고 뒤를 이을 관리자에게 약간 인수인계 성격의 문서로 정리한 것인데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하고 잊힌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서 완결시켜 보고자 합니다.

개요

2023년 현재는 컴퓨터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 들어와 있습니다. 전통적인 컴퓨터로 인식되는 데스크탑과 노트북 말고도 스마트폰, 태블릿 PC도 어엿한 컴퓨터이며 TV와 같은 가전들도 인터넷에 연결되고 자체적인 OS를 갖춘 경우도 있어서 넓은 의미에서 보면 컴퓨터와 다를 바 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전통적인 데스크탑을 이루는 하드웨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품들을 직접 하나씩 사서 조립할 수 있는 컴퓨터의 구성 요소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사실 데스크탑이나 일부 서버 형태의 컴퓨터 말고는 대부분 완제품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데스크탑을 조립한다고 하면 고려하는 부품들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CPU
  • 램 (RAM)
  • 메인보드 (Mainboard) / 마더보드 (Motherboard)
  • 저장 장치 (HDD, SSD)
  • 그래픽 카드 (GPU)
  • 파워 서플라이 (PSU)
  • 케이스

잘 아시겠지만 이들 부품이 최소 하나씩 모이면 하나의 컴퓨터가 완성됩니다. 이제부터 이들 요소를 구매한다고 할 때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을 하나씩 적어보고자 합니다.

(번외) PC의 역사

번외로 여기서는 어째서 데스크탑 컴퓨터를 지금과 같이 부품의 형태로 구입해서 조립하는 것이 가능해졌나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또한 당대를 살아본 것은 아니라(…) 위키백과 등을 많이 참조하여 간단하게만 정리해보겠습니다.

PC의 태동

PC (Personal Computer), 즉 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은 1970년대부터 조금씩 등장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첫 PC로 인정받는 것은 1974년에 등장한 Altair 8800이라는 제품이라고 합니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키보드에 마우스를 활용할 수 있는 그런 PC는 아니었습니다.

Altiar 8800 (from Wikipedia)

이후에도 PC로 여겨지는 제품들은 꽤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아무래도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마우스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개인용 컴퓨터에 가져와 널리 보급시키는 데 성공한 제품으로는 1984년 Apple이 발표한 매킨토시 (Macintosh) 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84년 발표된 Macintosh 128K

이 Macintosh가 현재 Mac이라 부르는 Apple 컴퓨터들의 첫 제품이며, 당시 PC 업계의 거물이었던 IBM을 빅 브라더라 칭했던 광고 또한 전설적인 광고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PC라고 하면 Mac 보다는 모니터, 본체, 키보드, 마우스를 두고 윈도우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사무용 혹은 게이밍 데스크탑을 흔히 생각하게 됩니다. 오히려 Mac이 현대적인 PC의 시초임에도 지금은 전문가용 컴퓨터로 약간은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PC의 모습

IBM PC 호환기종

이는 PC라는 단어가 정말 말 그대로 개인용 컴퓨터라는 넓은 의미와 더불어서 IBM PC 호환기종이라는 좁은 의미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앞부분에서 사용한 PC는 넓은 의미의 PC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IBM PC가 곧 우리가 일반적으로 윈도우를 깔아 쓰는 데스크탑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눅스도 깔 수 있지만.. 대부분 윈도우 깔아 쓰잖아요..?)

IBM은 1981년에 처음 IBM PC 5150을 발표하며 시장에 PC라는 개념을 널리 전파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PC가 곧 IBM PC를 가리키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1

IBM PC는 처음 나왔을 때 컴퓨터 내부 부품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과 장착되는 규격, 즉 하나의 컴퓨터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공개하였습니다. 다만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사이에서 하드웨어 제어를 담당하는 펌웨어인 BIOS 만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IBM의 목적은 여러 회사들이 자사 PC의 복제품을 만들게끔 하여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수익은 BIOS의 저작권을 팔아 얻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구형 BIOS의 모습 (당시 IBM BIOS의 모습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또한 IBM의 생각대로는 되지 않았는데, 얼마 안 있어 지금은 HP에 흡수되어 없어진 Compaq이라는 회사에서 이 IBM BIOS를 역설계를 통해 바닥부터 재구현하는 데 성공하면서2 다른 회사들도 IBM의 입김 없이 IBM PC에 호환되는 PC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IBM PC가 인텔의 CPU와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를 사용한 덕에 IBM PC 호환 기종들 또한 당연히 이들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엄청난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즉 결론적으로 판은 IBM이 깔아줬는데 PC 시장 지배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하게 되어 IBM 입장에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IBM이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모두 공개한 덕에 IBM PC 호환기종에 장착될 부품들은 사실상 이 아키텍처의 규격으로 표준화가 되었고, 이에 힘입어 부품들을 모아 하나의 PC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렇게 일반 사용자들 대상으로 접근성이 어마어마하게 좋아져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가져가게 되었고 지금의 PC 시장을 형상하게 된 것입니다.

여담으로 IBM은 이후 PC 시장보다는 ThinkPad를 위시한 노트북 시장에서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다가 2005년 PC 사업 전반을 레노보에 매각하면서 현재는 PC와 관련된 사업은 일체 하지 않고 있습니다.

  1. 이를 상표의 보통명사화라고 하죠.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라고도 많이 부르는 것처럼. ↩︎

  2. https://en.wikipedia.org/wiki/IBM_PC_compatible#Origi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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